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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교수] 시공간을 초월한 발견의 기쁨, 기초 과학 연구자로서의 삶 / 지질환경과학과 이정현 교수
- 작성자임민식
- 등록일2025-05-08 16: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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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교수] 시공간을 초월한 발견의 기쁨, 기초 과학 연구자로서의 삶 / 지질환경과학과 이정현 교수 사진1]( /Upl/_board/sub07_0703/sub07_0703_0_1746691108.jpg)
지난 23년 3월, 자연과학대학 지질환경과학과 이정현 교수가 우수한 젊은 연구자를 10년간 총 18억 9천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과제에 선정되며 고생태학 분야의 뛰어난 연구력을 인정받았다.
그로부터 어느덧 2년, 이정현 교수는 ‘생물초의 고생태와 진화’를 주제로 현재 연구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화석 생물초의 구성 요소들을 밝히고, 이들이 어떻게 생물초를 형성했는지를 연구함으로써 지구 환경 변화가 생물초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억 년이라는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고생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연구. 시공간을 초월해 느낄 수 있는 경이로움은 기초 과학 연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정현 교수가 걷고 있는, 걷고자 하는 기초 과학 연구자로서의 삶은 무엇인지 물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지난 23년 3월부터 수행하신 ‘한우물파기 기초연구’가 어느덧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괄목한 성과가 있었을까요?!
네, 벌써 2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몇 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성과로는 중국 이창 지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해면동물 그룹인 층공충(stromatoporoid)을 발견하여 PNAS에 논문을 게재한 것입니다. 'Lophiostroma leizunia'로 명명한 이 신종 해면동물은 약 4억 8000만 년 전에 인산염 광물을 사용해 골격을 구성했는데, 이는 해면동물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특징입니다. 이로써 가장 원시적인 동물인 해면동물이 실리카, 탄산칼슘, 인산칼슘 등 세 가지 주요 생체광물을 모두 활용한 최초의 동물 그룹임이 확립되었고, 해면동물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복잡한 산호초 구성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전자후방산란회절(Electron Backscatter Diffraction; EBSD)라는 광물 결정학적 분석 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미세구조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경북 지역의 백악기 스트로마톨라이트의 형성 과정을 년 단위의 초고해상도로 재구성할 수 있었죠. 이 연구 결과는 'Sedimentology' 저널에 게재되었습니다.
또한 백악기 진주층에 나타나는 화석화된 나뭇가지 피복체에 대한 연구 결과를 Sedimentary Geology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2021년 천연기념물 제565호로 지정된 '사천 선전리 백악기 나뭇가지 피복체 산지'와 관련된 것으로, 나뭇가지에 미생물이 붙어 자라며 형성된 튜파(tufa) 구조의 다양한 형성 과정과 퇴적 환경을 규명했죠. 이 천연기념물은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일반적인 성장 형태가 아닌 나뭇가지를 핵으로 성장한 원통형 구조를 가진 특이한 형태로, 국내외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그리고 미국 텍사스 지역의 후기 캄브리아기 생물초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와 쓰롬볼라이트(thrombolite)의 형성 기작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 논문은 'Sedimentology' 저널의 2023년 'Editors' Picks'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Q. 교수님이 현재 운영하고 계신 고생태학 연구실과, ‘한우물파기’로 수행 중인 ‘지구 역사상 일어났던 생물초를 구성하는 생물의 진화 및 이들의 생태학적 양상 변화 이해’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충남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에 위치한 고생태학 연구실로, 주로 고생대(5억 4100만 년 전부터 2억 5100만 년 전)의 생물초와 이를 구성하는 생물들의 진화 및 고생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2명의 박사후연구원, 3명의 석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우물파기 기초연구'는 생물초의 고생태와 진화라는 주제로 10년간 진행되는 장기 연구입니다. 생물초란 바다 밑바닥에서 생물들이 서로 붙어 자라며 만드는 구조로, 현재는 산호초가 대표적이죠. 하지만 지구 역사상 생물초를 형성하는 생물은 지속적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 현생누대 생물초 진화사 연구, 둘째, 스트로마톨라이트 연구, 셋째, 생물초를 포함하는 퇴적환경 연구입니다.
특히 저희 연구에서는 현재 연구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화석 생물초의 구성 요소들을 밝히고, 이들이 어떻게 생물초를 형성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구 환경 변화가 생물초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Q. 최근 들어 폭염, 폭설, 폭우 등 이상기후를 실감케 하는 전지구적 기후 현상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는데요. 이상기후를 맞이한 이 시대에 산호초의 현재가 아닌 생물초의 과거에 주목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현재 산호초는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해수 중 용존 산소량 감소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생물초의 변화 양상을 연구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됩니다.
특히 지질 기록에서는 현재와 유사하게 기온이 높고 해수 중 용존 산소량이 낮았던 시기에 산호 대신 해면동물-미생물초가 번성했던 사례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자들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산호 대신 해면동물이 생물초를 만들게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죠. 저는 이런 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과거의 사례를 통해 이해하고자 합니다.
또한 생물초는 지구 역사상 대규모 환경 변화와 생물 멸종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 양상을 연구하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Q.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환경 보호에 대한 대국민적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고생태학을 연구하시면서 과거의 지구와 현재의 지구를 비교해 보았을 때 현재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구는 역사상 여러 차례의 기후변화를 겪어왔지만, 현재의 기후변화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 가장 우려됩니다. 고생대 말 대멸종이나 백악기-제3기 경계의 소행성 충돌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 시기에도 지구 환경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수백만 년이 걸렸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생물초의 경우, 과거 해수면 상승이나 해양 산성화, 해수 온도 상승 등의 환경변화가 있을 때 구성 생물이 바뀌거나 심각한 경우 완전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질 기록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수만 년에서 수십만 년에 걸쳐 일어났죠. 반면 현재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산호초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산호초는 해양 면적의 1%도 안 되는 공간에 전체 해양 생물종의 25%가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런 산호초가 사라진다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식량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지질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기후변화는 인류가 경험해본 적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무래도 교수님의 연구는 화석을 기반으로 과거의 흔적을 거슬러 가면서 진행되는 만큼 연구 진행에 여러 어려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어려움은 연구 대상인 화석 생물초의 형성 시기가 매우 오래되어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현생 생물과 달리 화석은 그 내부 구조나 생리적 특성을 직접 관찰할 수 없어 제한된 정보만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구 대상이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야외조사를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인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으로 계획했던 현지 조사를 일부 미루거나 조정해야 했던 점도 어려움이었습니다.
또한 생물초를 구성하는 여러 생물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각 생물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미생물이나 해면동물과 같이 연조직이 잘 보존되지 않는 생물들은 화석 기록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과거 연구에서는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었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전통적인 연구 방법뿐만 아니라 EBSD, EDS와 같은 최신 분석 기법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EBSD를 이용한 미세구조 분석은 기존에 알아내기 어려웠던 화석 생물초의 형성 과정과 구성 요소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한우물파기 기초연구’가 10년간 진행되는 장기간의 연구 과제인 만큼 교수님의 이번 연구가 종료되는 시점에 꼭 이루고 싶은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궁금합니다.
10년 후에는 크게 세 가지 성과를 이루고 싶습니다. 첫째, 생물초 구성 생물의 진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특히 고생대 초기에 있었던 미생물 우세 생물초에서 다세포생물 우세 생물초로의 전환 과정을 밝히고, 이 과정에서 해면동물의 중요한 역할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최근 저희 연구에서는 과거에 미생물로만 생각되었던 여러 생물초가 사실은 해면동물과 미생물의 복합체였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둘째, 생물초 발달과 지구 환경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해수 중 산소 농도, 탄산칼슘 포화도, 해수면 변동 등이 생물초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내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가 산호초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이 연구를 통해 다음 세대의 고생물학자와 퇴적학자를 양성하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이 분야는 준보호학문으로 지정될 만큼 학문후속세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를 통해 이 분야의 중요성을 알리고, 흥미로운 연구 주제와 최신 연구 기법을 제시함으로써 젊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한국 고생물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둘째로,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연구 과정에도 가치를 두는 평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대부분 논문 수나 특허 건수 같은 정량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기적인 도전적 연구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연구의 질적 가치와 도전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셋째로, 젊은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모든 연구가 성공하지는 않지만, 실패한 연구도 중요한 경험과 지식을 제공합니다. 지금은 성공한 연구 결과만 인정받는 경향이 있어 안전한 연구에만 치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과 교류를 위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류가 늘어났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교류와 협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젊은 연구자들이 해외 연구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처럼 기초 과학 연구자를 꿈꾸는 제자들과 꿈나무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기초과학, 특히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일은 우리 주변의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탐구하는 매우 흥미로운 여정입니다. 몇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첫째로 호기심을 잃지 마세요.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질문하는 습관입니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자연 현상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다양한 학문 분야에 관심을 가지세요. 현대 과학은 점점 더 학제간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도 지질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학부 시절에 지질학과 생물학을 복수전공했는데, 이 경험이 현재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에 임하세요. 과학 연구는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기초과학은 당장의 실용적 가치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지식을 확장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당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연구에 열정을 쏟아부으세요.
마지막으로, 연구자로서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도 큽니다. 5억 년 전 생물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순간,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연구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연구 분야를 찾아 이런 기쁨을 경험하길 바랍니다.